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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나는 신이 됐던 거야. 절대 자유를 얻었지. 근심 없는 완전한 해방... 하지만 그런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게 하나 있었어. 그것 때문에... 네크워트 안에서 신으로 머물던 나에게 고드라는 인성이 또렷이 자각되자, 그 인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발버둥쳤어. 그 견딜 수 없는 신성이란 바로... 절대 고독. 고독이라면 나도 한 자부심 했었는데 말이야. 인성이라는 찌꺼기를 가진 내가 감히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것이 아니었어. 40억 행성민들의 고독을 합친 것보다 더 큰. 내가 경험한 신은... 인간보다 훨씬 외롭더라고.

    2021년 10월 11일 ― 〈God's lover〉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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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그것은 상처입고 추위에 떨던 두 마리의 새가 서로에게 몸을 기대듯 시작된 사랑이었다.

    2021년 10월 07일 ― 〈오오쿠〉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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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었다. 저 멀리서 아득히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. 가끔 그 파도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때는 이곳이 우주의 끝처럼 느껴지고는 했다.

    2021년 10월 03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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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상상 속의 악은 낭만적이고도 다양하나, 실제의 악은 우울하고 단조로우며 척박하고도 지루하다. 상상 속의 선은 지루하지만, 실제의 선은 언제나 새롭고 놀라우며 매혹적이다.

    2021년 10월 03일 ― 시몬 베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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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박OO은 머리가 새하얘졌다. 파일복구 시스템으로 돈을 썼는데도 파일은 돌아오지않고 지불한 비용의 절반을 환불 받았기 때문이다. "내 촬영파일."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.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일은 추석 연휴에 직장동료에게 연락돌리기 뿐이었다...

    2021년 09월 17일 ― Twitter : @maedogwang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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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신은 모든 인간에게 이해될 필요 없어.

    2021년 09월 17일 ― 황모과, <밸런스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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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그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. 다만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랑에 가장 가까운 감정. 우리 몸에도 마음에도 그것이 들러붙어 있었고 그것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.

    2021년 09월 17일 ― 최진영, <구의 증명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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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찍어도 괜찮겠느냐고 한 번 정도는 물을 수 있는 것 아니었냐 씨발놈들아

    2021년 09월 08일 ― 황정은, <양산 펴기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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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사람마다 시력이 다르듯 존재의 어둡고 습한 부분을 유독 잘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. 남들은 찾지도 못하는 얼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, 남들은 듣고도 들은 줄 모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. 감각이 그쪽으로 유별나게 발달한 사람들.

    2021년 08월 18일 ― 최진영, <비상문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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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유일하게 행복한 삶은 세상의 안락함을 포기할 수 있는 삶이다.

    2021년 08월 15일 ― 미하엘 하우스켈러, <왜 살아야 하는가>